학생중심 인공지능활용교육의 새로운 기준 : AIDT와 Khanmigo의 사례 비교
학생중심 인공지능활용 교육의 새로운 기준 : AI 디지털교과서(AIDT)와 칸미고의 사례 비교
프롤로그: 같은 길을 가는 두 개의 발걸음
한국의 AIDT와 미국 칸 아카데미의 칸미고(Khanmigo)는 동일한 교육적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매우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했다. 두 플랫폼 모두 AI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개별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AIDT가 정책 문서와 기술 기준부터 정비하기 시작했다면, 칸미고는 학생 학습 효과의 실증 연구와 학부모의 신뢰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 왔다.^1^2^3
이 차이는 단순한 순서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을 먼저 만들고 학습 효과를 나중에 검증하는 접근과, 학습 효과를 먼저 입증하고 정책을 그에 맞춰 다듬는 접근은 결과적으로 아주 다른 종류의 AI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AIDT 정책 입안자들이 현재 직면한 과제는, 이 차이를 이해하고, 한국의 맥락에서 어느 쪽의 장점을 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첫 번째 대비: “학생이 정말 배우고 있는가”를 묻는 방식의 차이
칸미고가 가진 한 가지 고민: 학생 참여도의 벽
칸 아카데미의 최고 학습 담당자 크리스틴 디세르보(Kristen DiCerbo)가 2024년 11월 한 공개 강연에서 제시한 데이터는 충격적이었다. 칸 아카데미가 보유한 35만 명 학생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권장 사용량(연 18시간, 주 30분)에 도달한 학생은 고작 9% 정도였다는 것이다. 나머지 91%는 충분히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3
더 흥미로운 부분은 그 이후다. 실제로 권장 사용량에 도달한 9%의 학생들은 MAP Growth 평가에서 예상보다 20% 더 높은 이득(0.36 SD)을 얻었다. 시스템 자체는 매우 효과적인데, 학생들이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다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교육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AI 튜터 자체가 아무리 뛰어나도, 학생이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4^3
더 심층적인 분석도 있었다. 토론토 대학의 대규모 무작위대조시험(RCT)에 참여한 10,979명의 학생을 추적한 결과, 다음과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초등학교 3~6학년 학생 중 칸 아카데미를 주 35분 정도 사용한 학생들은 수학 성적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중학교 7~8학년 학생들은 평균 주 10분 정도만 사용했고, 이들은 거의 학습 이득을 보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자발적 사용 동기가 떨어진다는 뜻이다.^4
가장 결정적인 발견은 학부모의 개입 효과였다. UC 버클리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명시적으로 학부모의 격려 여부를 변수로 테스트했다. 결과는 극명했다. 학부모가 “이 앱을 사용해 봐”라고 권장하지 않으면, 학생들의 사용량은 급격히 떨어졌고, 수 일 안에 초기의 학습 이득은 완전히 사라졌다.^4
이 연구들은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AI 튜터의 교육적 효과는 ‘얼마나 좋은 시스템인가’가 아니라 ‘학생이 얼마나 사용하는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칸 아카데미는 이를 칸미고의 설계 과정에 적극 반영했다.^3^4
AIDT 정책의 공백: 학생 참여 기준 부재
반면, 한국 AIDT의 정책 문서들을 살펴보면 학생 참여도, 사용 동기, 그리고 실제 학습 효과 측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거의 없다. KERIS 개발 가이드라인은 “개별 맞춤형 추천”, “대화형 질의응답”, “학습 분석”을 기능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그 결과 학생들이 정말 배우게 될 것인가”, “학생들이 이 시스템을 충분히 사용할 동기를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5^6^7
교육부의 도입 로드맵도 마찬가지다. 보안 기준, 기술적 요구사항, 검정 절차는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AIDT가 도입되었을 때 실제로 학생의 학습 효과가 얼마나 증진되는지”,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이를 실제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예비 연구나 기준은 찾기 어렵다.^6^8
이는 정책의 순서가 역행했음을 시사한다. 칸미고는 ‘학습 효과 → 사용성 고려 → 기술 기준’의 순서로 발전했지만, AIDT는 ‘기술 기준 → 정책 틀 → 학습 효과 검증’의 순서를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 차이는 2025년 이후 현장에서 실제 문제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6^3
두 번째 대비: “학생이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의 차이
칸미고의 교육철학: 생산적 투쟁(Productive Struggle)
칸미고가 추구하는 학습 방식은 “소크라테스식 대화”로 요약될 수 있다. 학생이 질문을 던지면, 시스템은 직접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뭘 시도해 봤니?”, “다음 단계는 뭐라고 생각해?“라는 식의 역질문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생각하도록 이끈다.^9^10^3
이 접근법의 핵심에는 “생산적 투쟁(Productive Struggle)”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교육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 연구에 기반한 원리로, “학생이 적절한 수준의 도전에 직면했을 때, 그 도전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가장 깊은 학습이 일어난다”는 뜻이다.^11
예를 들어, 한 학생이 기하 증명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하자. 칸미고의 접근은 다음과 같다:
-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성질을 사용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 학생이 “아…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네요”라고 깨닫는다.
- “그럼 이 정보로 다음은 뭘 할 수 있을까?“라고 다시 묻는다.
- 학생이 스스로 한 단계씩 증명을 완성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 적절한 양의 정보를 처리하고, “장기 기억에 인코딩”되는 과정이 일어난다. 또한 학생은 자신의 사고 과정에 대해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높이게 된다—즉, “나는 뭘 알고 뭘 모르는가”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11
흥미롭게도, 하버드 대학의 2024년 연구는 이 철학의 효과를 정량화했다. 물리학 입문 과정에 참여한 194명의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전통적인 “액티브 러닝” 강의를 들었고(강사가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교실 수업), 다른 그룹은 사전에 설계된 AI 튜터링을 받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AI 그룹의 학습 이득이 전통적 강의 그룹의 약 2배였다.^10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자기 보고(self-report)였다. AI 튜터링을 받은 학생들은 더 높은 참여도, 더 높은 동기 부여, 그리고 더 긍정적인 “성장 마인드셋”을 보였다. 강사는 이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학생이 개인맞춤형 피드백을 받고, 자신의 속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동질적인 집단 강의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10
AIDT 정책의 침묵: 교육철학 기준의 부재
반면, AIDT의 정책 문서들을 살펴보면, 이런 교육철학적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ERIS 가이드라인은 “개별 맞춤형 학습 지원”, “질의응답 기능”, “학습 분석 기반 추천”을 명시하고 있지만, “어떤 수준의 도전을 제공할 것인가”, “얼마만큼 직접적 피드백과 얼마만큼 유도형 질문의 균형을 이룰 것인가”, “학생의 ‘생산적 투쟁’을 보장할 설계 원칙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7^5^6
예를 들어, AIDT가 어떤 학생에게 계속 틀린 기하 문제를 준다면, 그것은:
현재 정책에는 이 둘을 구분할 교육학적 기준이 없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적한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설명권과 이의제기권”도 근본적으로는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학생에게 “왜 너는 계속 쉬운 문제만 나오니?” 또는 “왜 갑자기 어려운 문제가 많아졌어?“라고 물었을 때, 시스템이 교육학적으로 정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 없다면, 신뢰는 성립하지 않는다.^12^13^5^7^6
세 번째 대비: 투명성의 ‘깊이’
칸미고가 구현한 투명성: 학부모 대시보드와 실시간 모니터링
칸 아카데미는 칸미고의 투명성 기준을 매우 구체적으로 구현했다. 학부모가 언제든 학부모 대시보드에 로그인하면, 자녀가 칸미고와 나눈 모든 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어떤 질문을 했고, 시스템이 어떻게 답했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뜻이다.^14^1
더 나아가, 칸미고의 모니터링 기술은 “부적절한 상호작용”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학부모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예를 들어, 학생이 갑자기 부적절한 질문을 던지거나, 챗봇이 교과서 범위를 벗어난 답변을 했다면, 시스템이 이를 감지하고 학부모에게 알린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투명성”을 넘어 “실시간 보호 기능” 역할을 한다.^14
또한 칸 아카데미는 매우 명확하게 데이터 정책을 공시했다: “우리는 학생의 학습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만 데이터를 사용한다. 마케팅 목적으로 데이터를 판매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칸 아카데미의 비영리 구조(nonprofit organization)와 그들의 공개된 개인정보 정책으로 뒷받침된다.^15^16^17
칸미고의 프라이버시 정책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Khanmigo Lite”라는 경량 버전의 경우, 사용자의 대화를 칸 아카데미에 저장하지 않는다. 대신 OpenAI의 ChatGPT 기반 GPT를 통해 작동하는데, 이 경우 OpenAI의 정책을 따른다. 즉, 사용자가 원하면 대화 기록 사용을 거부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자신의 데이터는 모델 개선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투명성을 넘어 사용자의 주권을 존중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18^17
AIDT의 투명성: 여전히 진행 중
반면, AIDT의 투명성 기준은 아직 형성 단계에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2025년 5월에 지적한 바는,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추상적이고, 권리 행사 절차가 명확하지 않으며, 책임 구조가 불분명”하다는 것이었다.^13^7^12
구체적으로, 학부모가 “우리 아이가 AIDT에 의해 어떤 데이터를 남겼고, 시스템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현재의 정책으로는 그 절차가 명확하지 않다. 교육부 홈페이지? KERIS 사이트? 교과서 발행사? 학교의 담당 교사? 정책 문서에는 이를 명확히 하는 내용이 없다.^7^12^13
더 근본적인 문제는 AIDT의 데이터 저장 위치와 국외 이전 가능성이다. 만약 AIDT가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예: AWS, Azure)를 인프라로 사용한다면, 한국 학생의 학습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지만, 정책 문서 어디에도 “AIDT 데이터는 국내 서버에만 저장한다” 또는 “국외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명시가 없다.^12^13^6^7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 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했고, 교육부 측에 ISMS-P 공동 취득·유지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것도 “보안 인증을 강화하라”는 기술적 조언이지, “투명성과 학부모의 통제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규범적 기준과는 별개다.^7
네 번째 대비: 책임 구조의 명확성
칸미고: 단일 책임자 구조
칸 아카데미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조직 구조의 단순성이다. 칸미고는 칸 아카데미가 개발하고 운영하며, 칸 아카데미가 책임진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개인정보 유출, 부정확한 학습 조언, 부적절한 응답 등), 책임 주체는 명확하다.^2^1^3
물론 칸 아카데미는 OpenAI의 ChatGPT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를 “교육 맥락에 맞게 미세조정(fine-tuning)“하고, 추가적인 안전 기능(모니터링, 상호작용 제한, 학부모 알림 등)을 개발한 주체는 칸 아카데미 자신이다. 따라서 책임 추적선이 명확하다.^19^1^3^14
AIDT: 분산된 책임 구조
반면, AIDT의 책임 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최소한 다섯 개의 주체가 관여한다:^8^13^6^12
- 교육부: 정책 수립, 검정 기준 결정, 전체 감독
- KERIS(한국교육학술정보원): 플랫폼 기술 개발, 시스템 운영
- 교과서 발행사: 교육 콘텐츠 제작
-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인프라 제공(예: 데이터 센터, 보안)
- AI 모델 개발사: 기반 모델 및 튜닝(예: 대규모 언어모델 제공)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적한 핵심 문제는, “이 다섯 개 주체 간의 책임 분담 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13^12
- 학생의 학습 데이터가 유출되었을 때, 그 책임은 KERIS에 있을까, 클라우드 회사에 있을까?
- AIDT의 AI가 어떤 학생에게 계속 잘못된 설명을 제공했을 때, 그 책임은 AI 모델 개발사에 있을까, 아니면 KERIS가 튜닝을 잘못해서일까?
- 학부모가 자녀의 데이터 삭제를 요청했을 때, 삭제 완료를 보장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정책 문서들은 이런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고 있다.^12^13^7
다섯 번째 대비: 학생 “주체성(Agency)“의 발달
칸미고의 교육 철학: 학생을 사고의 주인으로
칸 아카데미의 최고 학습 담당자 크리스틴 디세르보는 칸미고의 설계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의 1차 목표는 학생이 ‘능동적 학습자’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AI가 모든 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학습을 주도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독립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3
이는 교육학에서 말하는 “학생 주체성(student agency)”의 발달을 의미한다. 학생 주체성이란 “학생이 자신의 학습에 대해 통제감을 갖고, 의미 있는 선택을 하며, 자신의 성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능력”을 뜻한다.^20^11
칸미고가 이를 구현하는 방식을 보면:
- 선택의 자유: 학생이 어떤 주제를 학습할지, 어떤 속도로 진행할지 선택할 수 있다.^3
- 비판적 사고 장려: 시스템이 “이것이 답이야”라고 제시하지 않고, “이것이 맞다고 생각하니? 왜?“라고 묻는다.^9^10
- 메타인지 발달: 학생이 “나는 이것을 알고, 저것을 모른다”는 자각을 갖도록 돕는다.^11
- 주도적 피드백 요청: 학생이 필요할 때 질문을 던지는 주도권을 갖는다.^3
흥미롭게도, 벨웨더(Bellwether) 교육 연구소의 2024년 보고서는 “AI가 학생 주체성을 오히려 감소시킬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만약 AI가 모든 것을 쉽게 해주면, 학생들은 “AI에 의존”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념을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11
예를 들어, 학생이 숙제를 AI에게 완전히 풀어달라고 하면, 순간의 편의는 얻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잃게 된다. 칸미고가 ‘소크라테스식 대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단기적 편의를 포기함으로써 장기적 학생 주체성과 능력을 지킨다는 철학이다.^9^10^11
AIDT 정책의 침묵: 주체성 발달 기준 부재
반면, AIDT의 정책 문서에서는 “학생 주체성의 발달”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정책은 “개별화된 학습 지원”, “맞춤형 추천”, “학습 분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이 더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자로 성장할 것인가”는 질문은 뒤로 물러나 있다.^5^6^7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이를 간접적으로 지적했다. “자동화된 의사결정(ADM, Automated Decision Making)“에 대한 설명 의무와 이의제기 절차를 강조한 것은, “학생이 시스템의 피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능동적 주체여야 한다”는 생각 위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다.^13^12
하지만 정책의 핵심은 여전히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protection)”에 있지, “어떻게 주체성을 발달시킬 것인가(empowerment)”에 있지 않다. 이는 미묘한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책의 근본적인 철학 차이다.^5^6^7
예를 들어:
- 보호 중심의 접근: “학생의 데이터를 잘 보호해야 한다” → 암호화, 망 분리, 접근통제^8^6^7
- 주체성 중심의 접근: “학생이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 열람·삭제·수정 권리 → 그 과정에서 자신의 학습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경험^12^13
AIDT 정책이 후자로 전환하려면,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더 구체화되어야 한다.^7
여섯 번째 고민: 학생 참여의 현실적 과제
칸 아카데미도 극복하지 못한 “9%의 벽”
흥미롭게도, 칸미고가 아무리 잘 설계되었어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4^3
칸 아카데미 자신도 인정했다. 독립적으로 학습할 동기가 있는 학생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은 “누군가의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험적 설계의 일부로, 칸 아카데미는 “KWiK”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는 교사가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독려하고, AI 튜터 사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형태였다.^2^4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정기적인 교사의 격려와 코칭을 받은 학생들은, 일반적인 “일회성 훈련”만 받은 학생들보다 더 높은 참여도와 학습 이득을 보였다.^2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아무리 뛰어난 AI 튜터도, 인간의 관계와 격려 없이는 그 가능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10^2^4
AIDT 도입 시 한국 학교의 상황
한국 학교의 맥락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보면 더 복잡해진다. 한국은 이미 높은 수준의 사교육 참여도를 가지고 있다. 많은 학생들은 학교 외에 학원, 과외, 온라인 강의 등 여러 교육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고 있다.
AIDT가 학교 교과서라는 형태로 도입된다는 점에서, 사실 학생은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교과서는 학교 수업의 핵심 도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 참여도의 “9%의 벽”은 칸 아카데미보다는 덜 심할 수 있다.^21^6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긴다: “AIDT가 학생의 학습을 실제로 지원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인가”이다. 만약 교사의 적절한 활용 지원과 학생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는 구조가 없다면, AIDT도 칸 아카데미처럼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현장에서는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4^7
일곱 번째 고민: 데이터 주권과 공공성
칸 아카데미의 비영리 모델
칸 아카데미가 취한 모델은 명확하다: 비영리 재단 구조로, 순이익을 재투자하고, 학생 데이터를 상업적 목적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선한 의지’가 아니라, 조직의 법적 구조로 보장되는 것이다.^16^15
칸미고의 개인정보 정책에도 이것이 명확하게 반영되어 있다: “데이터 수집은 순수하게 학생과 교사의 학습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만 이루어진다. 마케팅 목적, 3자 판매, 프로파일링을 위한 사용은 하지 않는다.”^16
AIDT의 공공성 모델: 아직 정의되지 않은 영역
한국의 AIDT는 형식상 “공공 플랫폼”이다. 교육부가 주도하고, 공적 재원이 투입되며, 모든 한국 학생이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는 칸 아카데미와는 다른 종류의 공공성이다.^21^6
하지만 AIDT의 개인정보 정책에서 한 가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학생 데이터의 향후 활용”이다. 예를 들어:^13^7^12
- 앞으로 한국 교육부가 AI 모델 개선을 위해 익명처리된 학습 데이터를 활용할 것인가?^12^13
- 그렇다면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가?^13^12
- 학부모가 거절할 수 있는가?^12^13
- 만약 AIDT 데이터를 국내 AI 연구기관에 제공한다면, 그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특정 기업이나 기관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13^12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런 질문들을 구체적으로 해결할 것을 권고했지만, 아직 정책 차원의 명확한 답변은 없다. 이는 AIDT가 “공적 소유이지만 개인 권리는 불명확한 상태”라는 뜻이다.^7^12^13
여덟 번째 고민: 문화적 맥락과 학생 기대
미국의 칸미고: 사교육 보완 도구
미국의 맥락에서, 칸미고는 주로 “사교육 보완 도구” 또는 “자율 학습 도구”로 기능한다. 학생이 자발적으로 칸 아카데미에 접속해서 학습하거나, 교사가 숙제로 칸 아카데미를 추천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2^3
이는 칸미고의 “선택적 사용”이라는 특성과 맞아떨어진다. 학생이 사용하지 않으면? 그건 학생의 선택이다. 하지만 사용하는 학생에게는 매우 효과적이다.^10^3
한국의 AIDT: 필수 교과서로서의 위치
반면, AIDT는 필수 교과서로서의 위치를 갖는다.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AIDT는, 학교 현장에서 거부할 수 없는 교육 도구가 된다는 뜻이다.^6^21
이는 학생 기대와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AIDT의 AI 튜터가:
- 반복적으로 이상한 설명을 제공한다면? → “교과서 자체에 대한 신뢰 하락”
- 학생의 약점을 좌절스럽게 계속 드러낸다면? → “교과서와의 관계 악화”
- 개인정보 취급이 투명하지 않다면? → “공교육에 대한 신뢰 감소”
칸미고는 “이용 중단”이라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AIDT는 다르다. 학생과 학부모는 이 도구와 “계약을 맺고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21^6
이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책임과 조심성을 요구한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투명성과 효과”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다.^7^12^13
종합 비교표: AIDT vs 칸미고
| 항목 | AIDT (한국) | 칸미고 (미국) |
|---|---|---|
| 조직 구조 | 정부-공공기관-민간기업 연계 | 비영리 단독 운영 |
| 도입 형태 | 필수 교과서 | 선택적 보조 도구 |
| 책임 구조 | 분산적 (5개 주체 이상) | 단일 (칸 아카데미) |
| 학습 효과 검증 | 정책 이후 예정 | 도입 전·과정 중 실증 연구 |
| 교육철학 | 개별화 지원 (구체성 부족) | 생산적 투쟁·소크라테스 방식 |
| 학생 참여도 기준 | 없음 | 35분/주 기준 제시 |
| 투명성 구현 | 진행 중 (개인정보위 지적) | 학부모 대시보드 + 실시간 모니터링 |
| 데이터 정책 | 구체화 필요 | 명확한 비판매 선언 |
| 데이터 저장소 | 미명시 (국외 이전 가능성) | 명확히 관리됨 |
| 학생 주체성 발달 | 기준 부재 | 핵심 설계 원칙 |
| 사후 평가 체계 | 계획 중 | 정기적 연구 발표 |
한국의 AIDT가 배워야 할 점
칸미고의 사례는 한국에 여러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제공한다.
1. 효과 검증의 조기화
칸 아카데미는 칸미고를 전국 학교에 배포하기 전에, 대학 과정의 물리학 강의에서 소규모 RCT를 수행했다. 그 결과 학습 효과가 입증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확대했다.^10
AIDT도 2025년 시범학교 운영 단계에서 엄밀한 교육 효과 측정을 시작해야 한다. 기술적 보안 테스트와 동시에, “실제로 학생의 학습이 개선되는가”, “학생 참여도는 어느 정도인가”, “어떤 학생에게는 도움이 되고 어떤 학생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가”를 측정해야 한다.^7
2. 교육철학의 명시화
칸미고의 가장 큰 강점은 “교육철학이 명확하고 그것을 기술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식 대화”, “생산적 투쟁”, “학생 주체성 발달” 같은 개념들이 설계 원칙을 구성하고 있다.^9^3^10^11
AIDT도 “AIDT가 지향하는 학습 철학이 무엇인가”를 명시해야 한다. 이는 정책 문서의 서문이 될 수 있다: “AIDT는 학생이 수동적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문제 해결자가 되도록 돕는 도구다. 따라서 ① 직접적 답변보다 유도형 질문을 우선한다, ② 학생의 메타인지 발달을 지원한다, ③ 학생 주체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별화 지원을 한다” 식의 원칙들이 필요하다.
3. 투명성의 구체화
칸미고의 학부모 대시보드는 단순한 “기술 기능”이 아니라 정책의 구현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투명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것을 극복하려면, AIDT도 유사한 투명성 메커니즘을 구현해야 한다:^12^13^7
- 학부모 포털: 자녀의 학습 진도, AI 튜터와의 상호작용 기록, 시스템의 추천 이유 등을 확인
- 실시간 알림: 부적절한 상호작용, 특이 학습 패턴, 데이터 처리 사실 등을 학부모에게 통보
- 간편한 권리 행사: 데이터 열람·삭제·정정 요청을 온라인 상에서 즉시 처리
4. 책임 구조의 단순화
칸미고가 단일 책임자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조직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AIDT는 다중 주체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면 ‘통합 책임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13^7^12
예를 들어, 학부모가 “우리 아이의 데이터가 유출됐다”, “AI가 틀린 설명을 제공했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작동한다”는 민원을 제기할 때, 일원화된 접수·처리 체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이후에 교육부·KERIS·발행사 간에 책임을 분담하는 것은 내부 문제다. 외부에서는 AIDT 운영 기관(예: KERIS)이 최종 책임을 지는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5. 교사 지원의 강화
칸 아카데미의 “KWiK” 프로그램에서 배운 중요한 교훈은, AI 튜터의 효과는 교사의 코칭과 격려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었다.^2^4
한국 학교는 이미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안고 있다. AIDT 도입 시, 교사들이 “AIDT 관리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신:
- 자동화된 모니터링: 시스템이 스스로 학생의 진도를 추적하고, 문제 학생을 교사에게 알리는 구조
- 교사용 대시보드: 교사가 5분 안에 전체 학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요약 정보
- 입력-지원 공식: “이 학생이 AIDT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교사는 이 정도 수준의 개입만 하면 된다”는 명확한 지침
6. 학생 주체성 발달의 명시화
AIDT 정책 문서에 “이 플랫폼을 통해 학생이 개발하게 될 능력”을 명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7
- 메타인지: 자신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인식하기
- 자기조절 능력: 자신의 학습 속도와 난이도를 조절하기
- 비판적 사고: AI의 설명을 검토하고 의문 제기하기
- 독립적 학습 능력: 도움 없이 새로운 문제를 푸는 능력
이런 능력들이 명시되면, 시범학교 평가도 “학생의 수학 점수가 올랐는가”에만 집중하지 않고, “학생의 메타인지가 발달했는가”, “학생이 더 독립적인 학습자가 되었는가”도 측정할 수 있다.
결론: 2025년의 선택이 2028년을 결정한다
AIDT는 한국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려 한다. 2025년 시범 운영, 2028년 전면 도입이라는 로드맵 속에서,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칸미고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기술적 완성도와 교육 효과는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도, 명확한 교육철학, 투명한 정보 관리, 그리고 학생 주체성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단순히 ‘기술적 도구’에 불과하다.”^2^3^10^11
AIDT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기술적 보안 기준(CSAP, 망 분리, ISMS-P)은 이미 상당히 구체화되었다. 이제는 교육적 효과, 학생 참여도, 투명성, 책임 구조, 그리고 학생 주체성 발달을 동등한 수준으로 정책화해야 한다.^8^6^12^13^7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2025년 5월 시정권고는 이를 요구하는 명확한 신호였다. 앞으로 교육부가 어떻게 응답할지, 그리고 시범학교 운영 과정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이 질문들과 마주할지가, 한국의 AI 교육 정책이 “기술 주도”인지 “학생 중심”인지를 판가름할 것이다.^12^13^7
마지막으로,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자. “AIDT는 누구를 위한 도구인가?” 만약 답이 “학생”이라면, 정책은 학생의 학습 효과, 주체성, 신뢰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만약 답이 “교육 산업”이라면, 기술과 효율성 중심이 될 것이다. 정책 문서와 앞으로의 의사결정 과정이 그 답을 분명히 할 것이다. ^22^23^24^25^26^27
⁂ Perplexity